숨비소리는 단순한 숨소리가 아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물질을 마친 해녀가 수면 위로 올라와 내쉬는 생명의 소리다. 거친 파도와 차가운 물살을 견디며 숨을 참고 있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순간의 울림이다.

제주 바다를 걷다 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숨비소리가 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바람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고, 새가 우는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해녀들은 바다를 일터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닷속을 오르내리며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채취한다. 그래서 제주 바다는 오랜 시간 그 풍요로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숨비소리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조차 잊고 살아간다. 해야 할 일과 걱정거리에 쫓기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다. 그럴 때 제주 바다의 숨비소리를 떠올려 본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숨비소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고. 때로는 쉬어가도 괜찮다고. 인생도 바다 물질과 같아서 계속 깊이 잠수할 수는 없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숨비소리 같은 평온한 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 바람이 머무는 제주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결 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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